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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줄어든 자차 일자리 90%가 부품사

23일 오후 인천 부평산업단지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은 사무직 직원 5명이 지키고 있었다. 생산라인 옆에 붙어 있는 작업자 배치 현황판에 검은 매직으로 적힌 날짜는 딱 석 달 전인 2018년 7월 23일이었다. 2·3차 협력사 물건을 받아 조립하던 라인도 작동이 멈춰 있었다. 주문 물량이 끊긴 것이다. 2008년 첫 물량을 처음 받았을 땐 월 2만대, 하루 600대 분량의 부품을 생산했다. 그러나 주문이 줄면서 하루 생산량이 50대까지 떨어지더니, 이제는 아예 중단된 것이다.

한때 100명이 넘던 직원이 주말도 없이 주야 2교대로 일했다. 그러나 불황이 시작되면서 근무 형태는 주간 2교대로, 다시 주 3일 근무로 바뀌었다. 직원은 계속 줄어 현재 생산직 수는 제로(0)다. 공장 관계자는 "새로운 주문이 들어올까 하는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버티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북의 한 금속회사는 작년 완성차 70만대 분량의 부품을 생산했지만, 올해는 15%가 줄어든 60만대 분량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직원은 작년보다 10여 명 줄었다. 회사 대표는 "가뜩이나 중국·멕시코 등의 업체들과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데 인건비는 계속 올라 아예 로봇을 도입해 자동화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가 고용노동부의 자동차 제조업 고용 통계를 완성차와 부품사로 나눠 분석한 결과, 전체 자동차 일자리 감소의 90%가 부품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자동차 제조업의 고용은 2016년 말 40만명에서 올 9월 39만1000명으로 총 9000명 감소했다. 이 중 90%인 8000명이 부품 분야에서 사라졌다.〈그래픽 참조〉 실적도 나빠져 상장 부품사 82개 중 올 상반기 적자를 낸 기업은 25개로 2년 전 10개의 2.5배였다.

◇금융권 대출 상환 압박마저 심해져


부품사들은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업황이 나쁘다는 얘기가 알려지자 '비 오는데 우산 뺏는' 금융권의 상환 압박은 더 심해지고 있다. 인천의 한 부품업체 대표는 "시중은행뿐 아니라 국책은행까지도 돈을 갚으라며 대출 연장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면 1년도 더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남의 자동차 부품 회사는 "시설자금 이자율이 3년 사이 1%포인트나 올랐다"고 말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온 '수직 계열화'도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2012년 456만대로 정점을 찍었던 한국 자동차 생산은 올해는 12% 감소한 4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12%의 감소로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체가 위협받는 것은 부품 업체들이 국내 완성차 업체에만 납품하고 있는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효율화를 위해 한 대기업에 1·2차 협력사들이 전속 납품하는 구조가 정착돼 왔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지금은 부품사도 납품선 다변화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은 전자 산업과 함께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양대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면서 한쪽은 구조조정을, 한쪽은 경쟁력 강화를 주도하는 '투 트랙'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펀드를 만들어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부품사들을 정리하고, 남은 부품사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http://m.biz.chosun.com/svc/article.html?contid=2018102400312&utm_source=undefined&utm_medium=unknown&utm_campaign=biz